내 친구, 김봉두. 4 지금은 소규모 농촌 학교지만 지난 시절 도호부였던 실학면의 실학초등학교에 부임하게 된 봉두는 감회가 남달랐다. 곳곳에 지난 시절 화려했던 전통 문화가 숨쉬는 곳이며, 서각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였다. 우선 권련을 사 들고 그곳에 사시는 시인의 춘부장을 뵈었다. 정중히 큰절을 올리고 학교에 봉직하게 됨을 고했다. 대개 봉두의 예법이 이러하였다. 봉두의 눈에 띄는 것이 학교 주위에 있는 잡초 무성한 밭이었다. 지적도를 보니 학교부지였다. 수십 년 전 이 고장 출신 독지가 남징용 씨가 학교 실습지로 기증한 땅이었다. 그 독지가는 왜정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가난을 극복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차별을 극복하고 일본에서 큰 재산을 모은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30..
내 친구, 김봉두. 3 봉두가 이른바 높은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행위를 아직까지 되풀이하는 일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보내는 눈길은 그리 고운 것이 못된다. 나는 그것이 안타까워서 가끔 이제 그만 두기를 권하기도 한다. "이제 그만하지......" "그래 말이야, 신부님도 용서하라고 하시는데......" 그도 용서하는 삶을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게 잘 되지 않는 눈치다. 그는 유신 정권 때 국가원수 모독 죄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이력이 있으며, 5공 때에도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했을 따름이지만 그를 향한 권력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하는 무식함이었다.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지난 군사 정권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고통을 상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 ..
내 친구, 김봉두. 2 봉두는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교장이나 교육감 등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삐딱하게 대하는 버릇이 있다. 인사 이동의 계절이 되면 봉두가 어느 학교로 가느냐가 교장들에게는 주된 관심사였다. 봉두가 있는 학교로 발령을 받은 교장은 그 표정이 벌레 씹은 상으로 바뀌는 것이 인근 교육계의 오래 된 관행이었다. 그해 봉두가 있는 학교에 부임해 온 교장은 대도시에서 온 사람이라서 봉두가 어떤 인물인지를 통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아무런 경계도 갖추지 못한 채 부임하고 말았다. 오히려 봉두가 교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형국이었다. 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대도시에서 갓 승진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그의 생활의 근거지인 대도시로 가는 것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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