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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봉두. 1


김봉두 선생과 내가 죽이 맞는 것은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통점이는 것이 대강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늙어도 평교사로 남겠다.

봉투를 받지 않겠다.

교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퇴근 어쩌다 술자리에서 만난 교사들은

대개 점수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일쑤다.

나는 0.1이니 0.01이니 하는 숫자 이야기가

도무지 흥미롭지 않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술안주 가운데 으뜸은 마주앉은 사람이다.

사람은 먹을 수는 없지만 앞의 사람이 향기로울

가장 술맛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그도 나를 괜찮은 안주로 생각하는 눈치다.

나는 가끔 그가 아름다운 여자였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와 내가 오래 만나지 못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쌓여 '임금님 귀는 당나귀 '라고 외치듯이

소리가 높아진다.

 

요즘 명예퇴직인가를 하면 퇴직할

교감으로 승진시켜 준다며?

만약 나에게 교감 시켜주면 반납할 거야.

그게 된다면 소송할 거야. 내가 교감이야.

교사가 좋다는데 함부로 교감하라고 .

어정쩡한 놈들 말이야!

교감이 벼슬인줄 아나 보지?

퇴계 선생이면 됐지, 퇴계 교감이라 하나?

퇴계 교장이라 하나? 이누무 자슥덜 말이지.

이럴 김봉두의 말을 들으면 속이 씨원해진다.

 

십년 , 봉두가 근무하는 시골 학교에

학무 국장이라는 분이 오셨다.

교장은 복실 강아지처럼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것이 보기 싫었던 봉두는

자신이 국장을 접대하겠다고 나섰다.

택시를 불러 모시려는 교장을 만류하고

국장을 데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마침 장날이라 정류장은 붐볐고, 버스도 만원이었다.

버스 표를 끊어 정중하게 손에 쥐여 주며 국장을 버스에

오르게 했다.

국장은 자리가 없어 없이 고추 푸대 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봉두는 애석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그를 배웅했다.

까만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국장은 고추 푸대 위에 앉아

30 비포장 길을 흔들리며 교육청으로 돌아왔다.

 

이듬해 인사 봉두는

어느 산골 급사도 없는 분교로 발령을 받았다.

아이들이 하교한 반바지 차림에 밀짚모자를 봉두가

고추밭을 매고 있었다.

인적 없는 두메에 한껏 외로웠던 봉두는 인기척에 고추밭에서 일어섰다.

아래에 양복쟁이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장학사였다.

봉두는 반가워서 호미를 그를 향해 내달았다.

호미를 봉두의 모습을 그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아래를 향해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봉두의 황당해하는 모습은 마치 좇던 지붕 쳐다보는

형상이었다.

 

이것이 봉두의 고추 푸대 사건 전말이다.

혹자는 봉두가 너무했다고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교장이나 교육장이 벼슬이라고 생각하면 너무한 일이지만

그걸 벼슬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그리 너무할 것도 없다고...

벼슬 중에는 벼슬이 가장 예쁘다고...

 

 

                                                 , 서각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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