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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봉두. 5 

 

봉두가 발령을 받은 곳은 서울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어머니회를 개최하는

공문을 발송하라고 했다.

봉두는 등사지에 문안을 쓰고 때와 곳을 명시하여

등사기로 밀어서 프린트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주어 가정에 보냈다.

어머니회가 개최되는 오후 아이들 돌아간 교실로 화려하게 치장을 어머니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봉두는 식순을 칠판에 붙이고 어머니회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책상 위에 봉투 하나씩을 놓고 그냥 돌아가는 것이었다.

교실을 나가는 어머니들을 다급하게 불러서 회의를 하려고

하였다.

 

"어머님! 회의를 하고 가셔야지요."

 

어머니는 몸을 돌려 웃고 그냥 나가시는 것이었다.

웃음은  ' 알면서 괜히 지랄이야'

그런 메시지가 묻어 있었다.

 

책상 위에 쌓인 봉투 속에는 모두 비슷한 액수의 지폐가

들어 있었다.

봉두는 자기 봉급의 곱이 되는 책상에 쌓인 봉투를

바라보며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돈의 일정액은 학교에 납부되고 나머지는 담임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 학교의 관행이란 것인 알고 나서

모멸감을 견딜 없었다.

 

모든 아이들은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교사의 사랑은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상과 벌을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시행했다.

결과 그는 빈번하게 교장실에 호출을 당했다.

그가 교실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교장은 훤하게 알고 있었다.

나도사 교장 선생님은 초능력을 가지신 같았다.

나도사 교장이 봉두에게 하는 말은 아무개 어린이는

아무개 장관의 아들인데, 벌을 주었느냐,

아무개 어린이는 아무개 사장 아들인데 그랬느냐 등의

질책이었다.

교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날은 교실에 들어가기 싫었다. 교실에 들어가기 현관에서 그는 분간의 의식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작은 소리로 외는 주문이었는데

대부분 욕설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봉두는 급기야 서울을 떠날 것을 결심했다.

그래서 그의 향리가 있는 소백산 근처로 전근을 오게 되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서울을 버리고 시골 학교를 지원하는 봉두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길은 ' 우스운 자싁 보겠다'였다.

봉두가 예의 해충이를 만난 것도, 해충이에게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도 서울에서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해충이는 한글 해독도 뿐만 아니라 항시 세수도 하지

않고 학교에 왔다.

머리에서 악취가 나니까 아이들이 옆자리에 앉기를 꺼려했다. 봉두는 해충이를 물가에 데리고 가서 머리를 감겨주기도 하고 오후에는 숫자와 글을 가르쳤다.

머리 감기기도 번이지 매일 감겨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지도를 해도 스스로 감을 몰랐다.

 

해충이네 집에 가정 방문을 가서 알게 사실이지만

집엔 할머니만 보통의 상식과 지능을 갖추고 있었고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3형제 모두 지능지수가

평균 이하의 사람들이었다.

해충이네 집에 갔을 마당 모퉁이에서 해충이 어머니는 자루를 벌리고 있고 해충이 할아버지가 곡식을 퍼담고 있었다. 해충이 어머니는 빨강색 추리닝을 입고 있었는데 엉덩이가 반쯤은 노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연방 시아버지를 나무라고 있었다.

 

"빨리 , ..."

 

이것은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하는 대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시아버지도

 

"알았어, ..." 이랬다. 이것이 이들의 어법이었다.

 

"해충이 담임입니다, 안녕하세요."

 

봉두가 인사를 하자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

 

"해충아, 큰일 났다. 빨리 나와!"

 

해충이 삼형제가 티브이를 보다가 우르르 나왔다.

가지고 하이타이를 마루에 내려 놓고 주머니에 하릴없이

손을 넣었다.

사탕 개가 만져졌다.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주고... ..."

 

봉두는 씨익 웃었다. 그녀도 씨익 웃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해충이가 중간이고 해충이 위로 ,

아래로 해총이라는 동생이 있었다.

해충이 할머니로부터 해총이 낳을 때의 이야기를

들을 있었다.

해충이 어머니가

 

"나는 밥도 조금 먹었는데 자꾸 배가 부르니 큰일이다."

했단다.

임신었다.

해충이 같은 모자라는 아이가 태어날까 걱정이 되어

고모들이 와서 낙태를 하자고 했단다.

일단 임신인 알게된 해충이 어머니는 죽어도 낳겠다고

우겼단다. 그래서 해총이가 태어나게 되었다.

 

보통의 가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해충이네 집은

콩가루 집안이라 만했다.

갖추어진 예의나 경제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나름대로의 소중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할 알았고 서로를 위해주며,

사랑할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낙태를 밥먹듯이 하는 보통 사람들보다

순수한 사랑을 지니고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여름이었다.

수영복을 준비하라고 했다.

체육 시간에 개울로 갔다.

반은 수영복을 입었지만 반은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수영복을 준비하고

개울 위쪽 웅덩이에서 멱을 감았다.

물론 해충이는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았다.

 

"수영복이 없는 넘들은 빨가벗고 물에 들어가라"

 

해충이가 가장 먼저 옷을 벗고 물로 뛰어들었다.

다른 아이들도 물에 들어갔다.

개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누구 고추가 제일 크지?"

 

"해충이요! 해충이요!"

 

해충이 얼굴에 득의 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4년간 해충이 담임을 자원해서 맡았다.

그리고 올해는 해충이와 헤어지게 되었다.

점심 시간이면 해충이가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담임 선생님과 봉두의 식탁 앞에 컵에 물을 담아

가져다 드리는 일이다. 봉두가

 

"교장 선생님께도 갖다 드려라!"

 

하면 교장 선생님께도 갖다 드린다.

보시는 매일 계속되는데,

교장 선생님은 봉두가 일러주어야 한다.

봉두는 생각했다.

영악함은 지능지수에 비례하고

순수함은 지능지수에 반비례하는 것은 아닐까?

 

 

                                                          - , 서각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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