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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봉두. 4


 

지금은 소규모 농촌 학교지만 지난 시절 도호부였던

실학면의 실학초등학교에 부임하게 봉두는 감회가 남달랐다.

곳곳에 지난 시절 화려했던 전통 문화가 숨쉬는 곳이며,

서각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였다.

우선 권련을 들고 그곳에 사시는 시인의 춘부장을 뵈었다.

정중히 큰절을 올리고 학교에 봉직하게 됨을 고했다.

대개 봉두의 예법이 이러하였다.

 

봉두의 눈에 띄는 것이 학교 주위에 있는

잡초 무성한 밭이었다.

지적도를 보니 학교부지였다.

수십 고장 출신 독지가 남징용 씨가 학교 실습지로

기증한 땅이었다.

독지가는 왜정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가난을 

극복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차별을

극복하고 일본에서 재산을 모은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30 전에 자신의 고장에 당시로서는 거액을 희사하였다.

그도 지금은 고인이 되었고 마을 한곳에 당시에 세운 공적비에

이름만이 겨우 남아 있었다.

 

그분의 뜻이 고마워서 봉두는 밭을 다시 살리기로 하였다. 그는 교육청에 예산을 신청하여 측량을 하고,

흙을 부어 기름진 밭으로 일구었다.

첫해에는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아침 5시에 출근할 때도 있었다.

아침 5 출근.

이것은 한국 신교육 역사상 가장 이른 출근의 비공인 신기록이다.

 

그해 봉두의 가지 화두는 아이들과 같이 밭에 작물을

기르는 일과 이해충이라는 제자에게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대개 이름에 자를 쓰는 아이들은 남의 속을 썩이는 경향이 있다. 병해충, 기계충, 무뇌충 같은 이가 그들이다.

어머니가 가출해서 어머니가 계시는 해충이는 이름도

쓰질 못하고 숫자 개념도 없는 아이였다.

이대로 학년만 올라가게 없어서 정규 수업 대부분의 시간을 해충이와 보냈다.

실습지의 고추, 호박, 고구마는 무럭무럭 자라는데

이넘은 얼마나 꼴통인지 이름을 쓰고 열까지 숫자를 세는데

6개월이 걸렸다.

해충이가 열을 세던 나와 봉두는 대포집 '첫순네 '에서

만나 조촐한 축배를 나누기도 했다.

 

봉두는 봉투를 주고받는 일은 멀리 하지만 선물을 주는 일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밭에서 거두어들인 농작물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골고루

나누고 남는 것은 귀한 선물이 되기도 하였다.

교육청의 높은 분이 학교를 방문했을

애호박 개를 따서 선물했다.

이분이 받지 않으시려고 하도 사양해서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겨우 선물을 주고 말았다.

 

"그럼, 봉투로 드릴까요?"

 

그제야 그는 마지못해 호박 개를 받아들고 차에 올랐다.

 

얼마 후에 봉두는 '양지로만 다니는 ' 불리는

이승진 교장이 자기가 있는 학교에 초빙 교장으로 오려는

움직임을 알게 되었다.

초빙 교장 제도는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덕망 있는 분을 정규적인 인사 규정 외에 초빙하는 제도이다.

초빙 교장이 되면 정년이 연장되는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일은 이미 기정 사실처럼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봉두는 속에서 불이 났다.

그래서 친구의 덕망 없음과 일의 부당함을 인터넷에

공개해버렸다.

이것이 공론이 되어 결국 그들의 프로젝트는 여의치 못하였다.

 

일이 있은 다음 예의 높은 분이 봉두네 학교를 방문했다. 그래서 봉두는 다시 실습지의 올고구마를 캐서 선물로 마련했다. 높은 분에게 고구마를 내밀자 펄쩍 뛰었다.

 

" 받지 않으십니까?"

 

"저번에 호박을 받고 내가 얼마나 봉변을 당했는데,

고구마 받으면 무슨 봉변을 당하라고!"

 

높은 이는 화가 굉장히 많이 같았다.

그렇다고 물러선다면 봉두가 아니라 봉달이일 것이다.

 

봉두는 고구마 보따리를 들고 뒤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운전 기사에게 갔다. 그리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거 귀중한 건데, 높은 사모님께 갖다드려야 합니다.

지금 빨리 차에 실어놓으세요."

 

", 알았습니다."

 

기사는 민첩하게 차의 트렁크를 열고 보따리를 갈무리했다.

이리하여 그는 높은 분께 귀한 올고구마를 먹일 있었다.

 

 

 

                                                    - , 서각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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