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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봉두. 2


봉두는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교장이나 교육감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삐딱하게 대하는 버릇이 있다.

인사 이동의 계절이 되면 봉두가 어느 학교로 가느냐가

교장들에게는 주된 관심사였다.

봉두가 있는 학교로 발령을 받은 교장은 표정이 벌레 씹은 상으로 바뀌는 것이 인근 교육계의 오래 관행이었다.

 

그해 봉두가 있는 학교에 부임해 교장은 대도시에서

사람이라서 봉두가 어떤 인물인지를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아무런 경계도 갖추지 못한 부임하고 말았다.

오히려 봉두가 교장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형국이었다. 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대도시에서 승진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그의 생활의 근거지인 대도시로 가는 것이 그의 최대 목표라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나가 있긴 했다. 교장이 가는 학교엔 반드시 초상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도 허황한 얘기라서 무슨 뜻인지 종잡을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초상이 났다.

교장이 모친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조의금을 거두어 봉투에 두툼하게 넣고

대표 교사로 하여금 상가에 채비를 하게 하였다.

그런데 교장은 수업 결손이 우려되니 선생님들은 오실 필요가 없으니 수업에만 전념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봉투를

챙겨 홀로 떠나시는 것이었다.

며칠 교장은 얼굴에 상주의 그늘이라곤 찾아볼 없는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그제야 봉두는 자신이 보기 좋게 당한 것을 있었다.

교장은 가는 곳마다 초상을 내어 조의금 봉투와 휴가를

함께 챙기는 고도의 술책을 구사는 인물이었었던 것이다.

1라운드는 봉두의 완패였다.

봉두는 속으로 공격의 칼날을 갈고 있었지만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하고,

어린이 사랑에만 몰입할 수밖에 별다른 계책이 없었다.

 

봉두는 지역 경찰 지소, 면사무소, 우체국, 농협 등에

견학을 가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유사이래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시골 공공기관에서는

견학 준비를 하느라고 비상이 걸릴 지경이었다.

봉두는 아이들을 경운기에 태우고 장터 거리를 가로질러

관공서를 누비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관운장의 졸개처럼 또한 의기양양하였다.

봉두는 감사원장처럼 뒤에 버티고 있고

아이들은 브리핑하는 공무원들에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퍼부어 위축된 시골 아이들의 동심을 마음껏 펼치게 했다.

 

한편 교장은 학교 시설 확충에 전념하였다.

교육청에 빈번히 드나들더니 적지 않은 예산을 확보하여 낡은 건물을 새로 짓고 담장을 고치고 부족한 노동력은 마을 사람들의 노력 동원 협조를 구하기도 하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시골 마을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학교의 모습은 깜짝! 놀랄 만큼 바뀌어 여느 도회

학교 못지 않게 좋아졌다.

마을 사람들과 학교와의 유대관계도 유래 없이 좋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교장의 높은 열의와 능력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송하였다.

그리하여 봉두의 경운기 견학도 빛이 차차 바래져갔다.

 

물론 교장의 노력은 주로 학교의 외형에 치중되었으며,

그것이 고과 점수를 따서 생활 근거지로 전근을 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지역의 교육을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봉두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한 교장의 의중을 모르는 것은 마을 사람들뿐이었다.

건물이 준공되자 교장은 그것을 기념하는 준공식을 크게 열어 마을 사람들을 초청했다.

음식이 걸게 마련되고 막걸리도 넉넉히 준비했다.

술이 적당히 오른 마을 사람들은 다시금 교장의 덕을 소리

높여 칭송하기 시작했다.

 

"개교이래 최고의 교장선생님을 모셨다."

"이분이 좀더 오래 계시면 일류 학교가 것이다."

"이분을 우리 학교에 오래 계시게 없을까?"

봉두는 마을의 영향력 있는 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을 오래 모시는 방법을 제가 압니다."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봉두는 목소리를 낮추어 마을 유지의 귀에 입을 가까이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분이 우리 학교에 필요한 분이라고 탄원서를 쓰십시오.

 

그리고 마을 주민 모두의 서명을 받아 교육감께 보내면

됩니다.

원하시면 탄원서 문안을 제가 드릴 수도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감돌며 고개가 낮게 끄덕

여졌다.

 

어느 곳이든 비밀은 없는 법이며 이런 은밀한 계획은 반드시 빠르게 전달해 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말이 날개를 달고 교장의 귀에 쏜살같이 들어갔다.

그는 아연 실색했다.

1라운드에서 승리하고 의기양양하던 그는 봉두를 너무 작게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은밀한 주석을 마련하고 봉두를 초대했다.

술이 순배 돌자 교장이 은근한 목소리로 봉두에게 말했다.

 

"김봉두 선생님, 우리 서로 가슴을 열고 이야기 봅시다.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무엇이든지 하세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아무 말이나 하세요."

 

봉두는 태도를 돌변하여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대사를 하는 것이었다.

 

" 씨방새야!"

 

교장은 경악했다.

그리고 봉두의 다음 말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렇다고 말을 멈출 봉두가 아니었다.

 

" 호로 자슥아, 니는 살아있는 에미를 죽이냐? "

 

봉두는 소리로 대사를 읊으며,

승리의 기쁨까지 누리는 것이었다.

 

 

 

                                                   - , 서각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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