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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봉두. 12



교사들이 교장, 교감에 대해 말할

내가 그분을 어느 학교에서 모셨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들을 있다.

모셨다는 것은 그분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분을 내가 모시다."

교육인적자원부 비공식 용어다. 있다.

 

"형님"이다.

같은 지역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이런 저런 관계로

같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지연, 혈연, 학연에 근거해서 '형님' '동생' 사이로 지내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그런데 말의 의미가 확대되고 왜곡되어 사회적 관계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인맥의 관계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 비공식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된지 오래다.

 

'모시다' '형님',

봉두는 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릴 없다.

낡은 사회 혹은 조폭 사회에서 인맥에 의한 이득이 은밀하게 수수될 흔히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교육인적자원부 용어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쓸쓸하다고 느껴질 봉두는 대폿집 첫순네집에 들려 독작을 하기도 한다.

첫순네집에 자주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봉급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술값이 헐하기 때문이고,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적은 봉급은 아니기에 봉급에 대해 불평해 적은 없다.

그렇지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학기에 3백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내고, 한달에 5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대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다른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의 자녀에게는 대학 등록금이 지급되는데, 남의 아이 가르치는 선생 자녀에게는 그런 혜택이 없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남의 아이는 가르치고 자기 아이는 가르치는 자가 교사라는 것이다.

 

봉두는 어느 첫순네집에 들려 구석자리에서 홀로 막걸리를 거후르고 있었다.

살다 보면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무리의 양복쟁이들이 호기 있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넓은 방에 자리잡고 앉아서 주인 첫순이를 불러대었다. 접객업소에서 종업원에게 황제처럼 군림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들의 지식체계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티브이에서 배운 짧은 문장의 수준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 가운데 봉두와 알고 지내는 계재식 선생이 끼어 있었다. 구석 자리에서 독작을 하는 봉두가 측은해 보였던지 좌중에

양해를 구하고 합석하기를 청했다. 봉두는 정말 합석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권유가 너무도 완강했기에

마지못해 합석을 하게 되었다.

두루 인사를 나누고 주는 술잔만을 비우고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대개 황봉알의 능력과 인품을 찬양하고 그의 비위를 맞추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재식은 좌장격인 황봉알 교장을 형님이라 부르고 봉알은

재식을 동생이라 불렀다.

봉두는 은근히 부아가 끓어올랐다.

그러던 차에 봉알이 재식에게 무슨 학교 회냐고 물었다.

인맥을 만들려고 하는구나.

봉두는 예의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민주 초등학교 교사 김봉둡니다."

 

재식은 봉두가 자기하고 친구니까, 교장선생님도 말씀을 낮추어 동생이라 부르라고 했다.

그리고 봉두에게는 황봉알을 형님이라 부르라고 했다.

봉두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같은 봉자 항렬이라 그러는가? 성이 달라서 되겠네."

 

봉알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나중에 일이지만 봉알은 별명이 정거장이라고 했다.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이분을 거쳐서 인맥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이분을 알고 있다고 했다.

재식은 형님이라고 하는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느냐고 했다. 내친김에 봉두는 재식에게도 교훈을 주었다.

 

" 사람아, 형이 아닌데 어떻게 형이라 하는가?

내가 계재식을 보고 개자식이라 하면 좋겠는가? 아까부터 자네는, 교장선생님을 모신다고 하는데, 자네 부모나 모시게."

 

이렇게 고춧가루를 뿌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들은 모두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떠나가는 봉두를 바라볼 뿐이었다. 좌중의 술잔을 잔씩 받아 마신 터라 술도 어지간히 올랐다. 휘청휘청 걷다니까 오줌이 마려웠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았다.

방광이 요절날 같았다. 길가에 화단이 보였다.

화단에 비료를 준다는 심정으로 무기를 꺼내들고 시비를 했다. 꽃들이 키들거리고 웃는 같았다.

취한 가운데도 아까 첫순네집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등뒤로

지나는 낌새가 느껴졌다. 그는 모른 척하고 거름주기 작업을 위엄 있게 완료하고 한층 가벼워진 몸으로 귀가했다.

 

이튿날 교장실에서 호출이 왔다. 교장은 대뜸 물었다.

"어제 시내에서 노상 방뇨했습니까?"

 

아하, 봉두는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어제 그들이 일러바쳤구나.

 

", 그런 있습니다."

"교사가 품위를 지켜야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있습니까?"

", 잘못된 같습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 보셨습니까?"

"아니 ... 그건 묻습니까?

"아닙니다. 개자식이 그런 일러바쳤는지 궁금해서요."

이때 봉두는 개자식 소리를 매우 크게 했다.

교장은 깜짝 놀라서 멍한 표정이 되었다.

봉두는 교장실을 품위 있게 걸어나왔다.

 

 

                                                      -, 서각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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