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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봉두. 11



학교와 지역 사회는 사범 대학에 강좌가 개설되어 있을

만큼 중요한 분야다.

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이해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이해에서 출발한다.

우리 조선국은 이것도 왜곡이 되어서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학교와 지역사회를 학교 선생님들과 지역 유지들간에

친목쯤으로 알고 있는 이도 있다 카더라.

좃선을 비롯한 꼴통들이 카더라 카는데 서각이라고

카더라 못할 이유도 없을 듯하다. 아니면 말고.

 

봉두는 아이들을 경운기에 태우고 지역 기관 단체를 견학했던 것처럼 지역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강원남도에 있는 실학 초등학교 주변은 지금은 가난한 농촌

 지역이지만 전시대의 화려한 역사로 말미암아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 자료라 곳이다.

 

학교에서 오리쯤에 조선민국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이

있다.

백운동서원은 처음으로 성리학을 들여온 안향 선생을

기리기 위해 풍기 군수로 있던 주세붕이 세웠으며

이후 퇴계 선생이 풍기 군수로 계실 이곳에서 많은 후학을 가르치셨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고장 관청에서는

  고장을 자칭 '선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도시로 들어오는 경계에는 어김없이

 

"여기는 선비의 고장입니다."

 

라는 표지가 걸려 있다.

서원은 성현에 대한 제사와 교육의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다. 백운동서원에서는 지금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낸다.

고장 유도회라는 곳에서 주관하는 제사인 모양인데

봉두도 시민의 사람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봉두는 이러한 제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사에는 술을 드리는 헌작의 순서가 있는데,

처음 잔을 드리는 사람을 초헌관, 다음이 아헌관,

마지막을 종헌관이라 한다.

어느 제사를 가보아도 초헌은 시장 혹은 구케우원 ,

아헌은 경찰서장, 종헌은 교육장의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 정한 벼슬의 위계 질서인 모양이다.

봉두가 생각하기에 헌관은 고장의 명망 있는 선비를 모시든가 시민 가운데 덕행을 본받을 만한 분을 모시는 것이 합당하리라는 것이다.

잔을 받는 문성공이나 안축 선생, 안보 선생 같은 분이

그리 달가워할 같지 않아서다.

 

아이들을 데리고 소수서원 견학을 갔다.

그런데 조상들의 유물을 전시하는 유물관에

이상한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귀하신 선조의 뜻을 기리며

1993 8 14

물태호

 

그렇지 않아도 마사오 다가끼, 전도깐, 물태호로 이어지는

왕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데,

신성한 조상의 유물관에 물태호의 방명록을 전시하다니

무슨 거북이 등에 부황뜨는 짓이란 말인가?

책임자를 불렀다. 당장 철거하시오. 못하겠습니다.

합니까? 대답이 훌륭했다.

 

"이분도 옛날로 치면 임금이지 않습니까?"

 

아아, 그렇구나! 제사에 헌관을 정하는 것도

이런 발상에서였구나!

선비의 고장에 선비 정신은 곳이 없고 봉건 잔재만이

남아 있구나! 봉두는 기가 막혔다.

아직도 대한민국이 민주 공화국인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니 뒤집어질 판이었다.

당장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서류에 첨부하여 바로 청와대에 보냈다.

며칠 뒤에 그것은 철거되었다.

그리고 시청직원이 철거 후의 사진을 첨부하여 민원인

봉두 앞으로 결과 보고서를 보내왔다.

 

얼마 다시 서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견학을 갔다.

그런데 경내에 이상한 물건이 있었다.

큼지막한 비석이 하나 있는데 지역 유도 회장의 공적을 적은 비석이었다.

이것을 보는 순간 봉두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씨븅들이?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책임자를 불러 문화재 경내에 개인의 비석을 설치해도 되느냐? 설치 허가가 났느냐? 물었다. 담당 공무원은 모른다고 했다.

 

봉두가 알기에 유도회장이라는 분은 유도 대회에 메달을

적도 없으며, 한문으로 유교 경서를 공부한 적도 없으며, 다만 재물을 많이 모은 분이라는 것이다.

선비의 고장이라는 곳의 유도회장은 대표 선비라 있다. 선비의 고장에 재물이 많은 분이 대표 선비라니 이는 분명히 물질이 선비 정신 위에 있는 형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문화재가 있는 경내에

개인의 비석을 세우다니 이는 분명히 문화재법에 어긋난다.

봉두는 비석을 당장 유도의 엎어 치기 한판으로 패대기치고 싶었다.

 

아이들 가르치기에도 바쁜데도 불구하고

봉두는 어쩔 수없이 카메라로 비석을 찍고 민원 서류를

써서 담당 부서에 보냈다.

그리고 잠시라도 비석이 서원에 있는 것이 불쾌해서

확인해 보았다.

가보니 고추 말리는 비닐 같은 것으로 아랫목에 메주 띄우듯이 덮어두었다. 봉두는 전화를 걸어서 추상같이 호령했다.

 

"그것이 덮어서 일인가? 빨리 치워!"

 

얼마 언론에 보도되면서 비석은 사라졌다.

그러나 봉두는 슬펐다.

선비의 고장이라는 곳에서 그것도 조선민국 선비 정신의 발상지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선비가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옛날에는 선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학교와 지역 사회' 아닌 '학교와 전도된 가치의 지역 사회' 가르쳐야 하나?

 

저간의 일들로 하여 심기가 불편해진 봉두가

서각을 만나자고 했다.

돼지 껍데기가 익어가는 화덕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만났다.

다짜고짜 니들이 선비를 알아? 이랬다.

서각은 봉두의 기세에 주눅이 들었다.

쥐뿔도 몰라.

그러자 봉두는 서각을 향해 일갈하는 것이다.

선비 정신은 별게 아니야,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치지 않는 거고,

얼어 죽어도 겻불은 쬐지 않는 거야!

개헤엄이 뭐고 겻불이 알아?

그게 소인배의 수작이라는 거야.

소인배! 조선시대 가장 심한 욕이 뭔지 알아?

씨방새가 아니야. 소인배야! 소인배가 뭔지 알아?

사회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야!

, 소인배들아!

 

니들이 선비 정신을 정말 알아?

유학과 성리학의 다른 점을 알아?

성리학과 실학의 다른 점을 알아?

니들이 선비 정신을 알아? 아느냐고?

머슥하면 거슥하겠지만 말이야,

너무나 거슥하니 머슥할 수도 없고 , 거슥할 수도 없고...

그의 목소리는 차차 물끼가 어리었다.

서각은 그날 봉두의 얌전한 안주가 되어 주었다.

돼지 껍데기가 혼자서 타고 있었다.

 

 

 

                                               -, 서각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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